배우협회 큰 어른이신 조명남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네요..ㅠ
조명남 선생님께서는
제게 연극 화술을 가르쳐 주신 스승이셨고,
말의 기술 이전에 말을 대하는 태도와 인간을 대하는 품격을 몸으로 보여 주신 분이셨습니다.
한 마디 대사를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호흡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야 하는지,
소리는 크고 작음이 아니라 진심의 깊이에서 나온다는 것을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연기를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 앞에 서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전 성우협회 회장이라는 직함보다
제 기억 속의 선생님은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말 한마디로 마음을 흔들 수 있던 분이셨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훈계가 아니었고 강요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들으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어딘가에서
“지금 말은 좋았어. 그런데 진짜 마음은 아직이야.”
라고 하실 것만 같습니다.
선생님을 떠올리면
가르침보다 먼저 고마움이 떠오르고,
고마움 뒤에는 늘 죄송함이 따라옵니다.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
더 많이 여쭙지 못한 것,
그 모든 아쉬움이 지금에서야
가슴을 꽉 채웁니다.
하지만 선생님,
선생님께서 남기신 것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와 같은 제자들의 말 속에,
무대 위의 숨결 속에,
다음 세대의 목소리 안에
선생님은 이미 살아 계십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무런 호흡도 계산하지 않으시고,
아무 대사도 연습하지 않으시고,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배우로, 연출가로, 그리고 한 사람으로
선생님께 배운 삶의 발성을
저는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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